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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세상

'놀라게 하는 도마뱀'이란 뜻으로, 아시아에서 발견된 육식 공룡 중 가장 큰 '타르보사우루스' 새끼 공룡 모습 <출처: 영화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3D]>

얼마 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융남 지질박물관장이 지난 50년간 풀리지 않았던 한 공룡의 수수께끼를 풀어냈다. 해당 연구논문은 세계적인 학술지인 네이처에 게재됐고, 전 세계 공룡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 공룡의 이름은 '데이노케이루스 미리피쿠스(Deinocheirus mirificus)'다. 무슨 뜻일까? 티라노사우루스, 타르보사우루스 같은 공룡의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겼고, 누가, 어떻게 붙여주는 것일까?

공룡은 거대한 도마뱀이 아니다

1822년 영국의 의사이자 고생물학자였던 기드온 맨텔(Gideon Mantell)은 공사장에서 공룡 화석을 발견한다. 맨텔은 이 화석이 이구아나의 이빨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이구아노돈(Iguanodo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맨텔은 세계 최초로 공룡 화석을 발견했고, 평생을 공룡 화석 연구에 바쳤지만 그는 그것이 거대한 도마뱀의 화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국의 고생물학자 리처드 오언(Richard Owen)의 생각은 달랐다. 화석의 뼈를 조사해 본 후 기존의 파충류와는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1841년 오언은 이러한 화석에 ‘무서울 만큼 거대한’이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deinos’와 ‘도마뱀’이라는 뜻의 ‘sauros’를 합쳐서 ‘공룡(恐龍, Dinosauria)’ 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맨텔은 최초의 공룡 발견자로 기록될 뿐 공룡에 대한 모든 영예는 오언에게 돌아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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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드온 맨텔(1790~1852) <출처: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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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오언 (1804~1892) <출처: Wikimedia Commons>

오언이 붙여준 공룡이라는 이름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충분히 자극시킬 수 있는 아주 인상적인 이름이었다. 하지만 이 이름은 호기심과 함께 많은 오해와 고정관념을 심어주는 역할도 했다. 분명 파충류와 비슷한 측면도 있지만 공룡은 단순히 거대한 도마뱀이 아니다. 공룡은 다리가 수직으로 뻗어 있어 직립자세를 취할 수 있어 움직이는 모습이 현생 파충류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파충류라는 이름도 다리가 몸 옆으로 꺾여 있어 배를 땅에 대고 기어다니는 모습에서 붙여진 이름인데, 공룡은 이와 달리 배를 땅에 대지 않고 움직인다.

또한 공룡은 ‘거대한’과 동일한 의미의 단어로 사용되지만 실제로 공룡의 크기는 다양해서 콤프소그나투스처럼 닭만큼 작은 공룡도 존재한다. 과거 공룡의 이미지 복원에는 어김없이 파충류의 모습이 차용되어 차갑고 파괴적인 모습으로 묘사될 때가 많았지만, 최근 깃털 달린 공룡 화석이 계속 발견되면서 현생 조류의 조상이 공룡이라는 것이 정설로 굳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는 이구아나나 악어의 이미지가 강력하게 각인된 데에는 이름의 영향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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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턱'이라는 뜻의 콤프소그나투스는 닭만큼 작은 몸집의 공룡이다. <출처: By Zach Tirrell from Plymouth, USA@Wikimedia Commons(CC BY-SA)>

공룡에 이름 붙이기

지금은 멸종한 동물이기는 하지만 공룡도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생물의 분류체계에 따라 분류된다. 생물을 분류하는 방법은 1738년 [자연의 체계(Systema naturae)]를 펴낸 린네(Carl von Linne)의 분류학을 따른다. 린네는 비슷한 형태를 가진 종을 모아 속(genus)으로 분류하고, 속 다음에 종(species)을 표시하는 이명법 체계를 사용했다. 쉽게 말하면 속은 성에 해당하고, 종은 이름이라고 보면 된다. 린네의 이명법은 전 세계 과학자들이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학명이라고 한다. 하지만 학명을 들으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라틴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룡이름 역시 라틴어를 사용한다.

예를 들면 종종 T.rex로 불리기도 하는 티라노사우루스의 학명은 ‘Tyrannosaurus rex’이다. 1905년 미국의 오스본은 폭군이라는 뜻의 ‘tyrannos’와 도마뱀이라는 뜻의 ‘sauros’를 합해서 명명했고, ‘왕’이라는 의미의 ‘rex’를 종명으로 사용했다. 따라서 티라노사우루스는 ‘폭군도마뱀 왕’이라는 의미가 된다. 티라노사우루스가 가장 강력한 육식공룡이라는 증거는 없지만 이러한 이름은 사람들에게 티라노사우루스를 공룡의 제왕으로 기억하게 만들었다. 티라노사우루스류에는 여러 공룡이 있는데, 타르보사우루스(Tarbosaurus)도 여기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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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보사우루스(좌)와 티라노사우루스(우) <출처: 영화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3D]>

공룡에겐 그 특징이나 발견 장소와 관련된 학명을 붙여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를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국내에서 발견되었다고 무작정 발견지역의 지명을 가져다 붙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공룡을 발견해 그 정체를 밝힌 학자가 이름을 지어줄 때에는 사람의 이름이나 대학, 기업체 이름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디플로도쿠스 카네기(Diplodocus carnegiei)’는 카네기 자연사박물관을 통해 공룡 발굴에 엄청난 후원을 했던 카네기의 이름을 딴 것이다. ‘가스도마뱀’이라는 뜻을 가진 ‘가소사우루스(Gasosaurus)’는 화석 발견에 중국의 가스회사가 도움을 주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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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로도쿠스 카네기 <출처: By Lmalena@Wikimedia Commons(CC BY-SA)>

알고 보면 재미있는 공룡 이름의 의미

글 서두에 언급한 ‘데이노케이루스 미리피쿠스’는 그리스어로 ‘독특한 무서운 손’이라는 뜻이다. 티라노사우루스에 비해 기다란 팔 때문에 이러한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사실 티라노사우루스가 덩치에 비해 지나치게 짧은 팔을 가지고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긴 팔은 데이노케이루스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말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이처럼 공룡 중에는 이름이 가진 뜻을 알고 있으면 모습을 상상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많다.

2011년 이관장이 명명한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Koreaceratops hwaseongensis)’를 보면 쉽게 어떤 공룡인지 상상이 될 것이다. 이름이 뜻하는 바가 ‘한국의 화성에서 발견된 뿔 달린 얼굴을 한 공룡’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트리케라톱스(Triceratops)’, ‘네도케라톱스(Nedoceratops)’, ‘디아블로케라톱스(Diabloceratops)’와 같이 ‘-케라톱스(-ceratops)’라는 이름이 붙은 공룡들은 모두 뿔과 관련이 있다. ‘오비랍토르(Oviraptor)’는 ‘알 도둑’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발견 당시 프로토케라톱스(Protoceratops)의 알로 알려진 둥지 위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중에 그 알은 오비랍토르의 것으로 밝혀져 결국 억울한 누명을 쓴 것으로 판명 났지만 되돌릴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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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화성시 전곡항 근처에서 화석이 발견된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는 한반도 최초의 뿔공룡이다. <출처: Julius T Csotonyi>

‘메가랍토르(Megarator)’처럼 이름에 ‘-랍토르(-raptor)’가 붙은 공룡들은 모두 ‘도둑’ 또는 ‘약탈자’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그 중에는 ‘밤비랍토르(Bambiraptor)’라는 재미난 이름도 있다. 밤비는 디즈니의 캐릭터인 꽃사슴을 말하는데, 여기에 약탈자의 이름을 붙인 것이 흥미롭다. 오비랍토르가 누명을 쓴 것과 달리 ‘마이아사우라(Maiasaura)’는 ‘착한 어미 도마뱀’이라는 뜻으로 새끼가 부화한 후에도 돌본 것으로 추측되어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다. ‘우아한 턱’이라는 뜻을 가진 ‘콤프소그나투스(Compsognathus)’는 「쥬라기 공원」에서 작고 귀여운 모습과는 거리가 먼 마치 피라니아처럼 사람을 공격하는 무서운 공룡으로 묘사되었다.

공룡과 함께 자신의 이름을 후세에 남길 수 있다는 것은 공룡학자로서 최고의 영예일 것이다. 또한 공룡에 창의적이고 인상적인 이름을 붙여준다는 것은 발견 못지않게 중요한 일일 것이다.